살아보니, 김해 봉황동은 너무나 친숙한 곳이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봉황당>의 뿌리가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봉황동을 찾아봤습니다. 조금은 복잡한 듯한 원도심을 걷다 보면 특이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시장이 그대로 살아 있는 봉황시장과, 그 옆에서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한 봉리단길이 나란히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두 곳은 불과 몇 걸음 차이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정겨운 인사와 소박한 장바구니 풍경이 이어지고, 봉리단길에서는 카페와 공방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같은 길 위에서 전혀 다른 시간을 보여주는 이 두 장소는, 김해에서 살아가며 느낀 특별한 일상의 단면이기도 합니다.
평일 친구와 함께 찾은 봉황동은 오랜만에 가슴 뛰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김해 봉황시장, 여전히 살아 있는 생활의 풍경
봉황시장은 김해 사람들에게 익숙한 전통시장입니다. 시장에 들어서면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냄새가 가득하고, 상인들의 “어서 오세요!”라는 반가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물건을 사면서 가격을 흥정하거나, 오랜 단골과 상인이 서로 안부를 묻는 모습은 가족과 같은 모습입니다. 봉황시장은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김해 사람들의 생활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도 지방 도시 어느 곳에서나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있습니다. 하나둘 문 닫는 점포가 늘고 대형마트와 인터넷쇼핑에 밀려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고 있지만 아직은 사람 냄새 풍기는 봉황시장입니다.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따라 나왔던 시장을 이제는 딸의 손을 잡고 봉황시장으로 주말 나들이 계획 어떠실까요.
봉리단길, 골목마다 펼쳐진 새로운 감각
봉황시장 뒤편 골목을 조금만 걸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낡은 건물을 개조한 카페와 공방이 줄지어 있는 봉리단길이 나타나거든요. 서울에만 경리단길, 연리단길이 있는 게 아니라 김해에는 봉리단길이 있습니다.
이곳은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 만든 거리라서, 가게마다 개성이 가득합니다. 겉모습은 소박해 보여도 안으로 들어가면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펼쳐지고, 작은 카페에서는 향긋한 커피 향이 골목을 채웁니다. 곳곳에는 수공예품을 파는 공방도 있어서, 산책하다가 마음에 드는 작은 소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양한 맛집들이 많은데 파스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파스타 맛집으로 유명한 <봉밀>의 들깨 크림 파스타를 추천해 드립니다.
하얗게 올라오는 들깨와 크림의 향은 중독성이 있어 근처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입니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다 보니 젊은이들은 인생 최고 장면을 남기러 오기도 하고, 시장에서 장을 본 주민들이 봉리단길 카페에서 잠시 쉬어 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시장과는 또 다른 활기가 느껴지는 길입니다.
두 공간이 함께 만드는 김해의 매력
봉황시장과 봉리단길은 사실 몇 분 거리도 안 되지만, 주는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봉황시장은 생활의 뿌리를 보여주고, 봉리단길은 새로운 문화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두 공간이 대립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를 채워주고 있지요.
장을 본 어르신이 봉리단길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고, 봉리단길을 찾은 젊은이가 시장에서 분식을 먹는 모습은 이 지역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어울리는 풍경은 김해 원도심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해에서 살아보니 봉황시장과 봉리단길은 꼭 한번 들러볼 만한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정겨운 시장 풍경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감각의 골목길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두 곳을 함께 걸어보면 김해라는 도시가 가진 다채로운 얼굴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김해에 산다면, 혹은 여행으로 들른다면 꼭 시장과 골목길을 함께 둘러보길 추천합니다. 하루 안에 전통과 현대,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봉리단길을 걸었다면 근처 유명한 김해 한옥카페 명월에도 들러보시기를 바랍니다.
여행자들에게 제공되는 숙박 서비스와 예쁜 마당 정원을 감상 할 수 있는 카페 명월은 또 다른 김해의 따뜻함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