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찰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로 법당(法堂)입니다.
법당은 부처님을 모시고 불자들이 예불과 수행을 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사찰의 중심을 이루죠.
어릴 적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법당에서 마주한 부처님의 모습은 어린아이에게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어머니 따라 향을 피우고 절을 하며 화려한 그곳들이 신비하기만 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불교 출판사에 입사하며 불교와의 인연도 깊어졌습니다.
어릴 적 기억에 남아 있던 법당은 성인이 되어서야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도 제게 법당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법당은 모두 똑같이 생긴 것이 아니라, 어떤 부처님을 중심으로 모셨느냐에 따라 명칭과 의미가 달라집니다.
오늘은 불교 사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법당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적멸보궁 (寂滅寶宮)
- 의미: 적멸보궁은 특별한 법당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입니다. '적멸'이란 번뇌가 사라져 고요한 상태로 '열반'을 말합니다.
- 특징: 일반 법당과 달리 불상 대신 사리탑이나 사리함을 중심으로 하며, 대표적으로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 영축산 통도사를 5대 적멸보궁이라 합니다. 그외 법주사를 비롯하여 여러 사찰에 적멸보궁이 있습니다.
- 포인트: 불자들에게는 성지순례처럼 꼭 방문하고 싶은 신성한 법당입니다.
2️⃣ 대웅전 (大雄殿)
- 의미: 가장 대표적인 법당으로, '대웅'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뜻합니다. '석가모니'란 석가족 출신의 위대한 어른이라는 뜻입니다.
- 특징: 사찰의 중심 법당이며, 법회와 의식이 주로 진행되는 곳입니다.
- 포인트: 한국 사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전각 이름으로, 방문객이 가장 먼저 찾는 공간입니다. 석가모니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자리합니다.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자리하기도 하고 조계사처럼 좌우로 약사여래와 아미타불이 자리하기도 합니다.
3️⃣ 대적광전 (大寂光殿)
- 의미: 대적광전은 화엄경의 중심 부처님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입니다.
- 특징: 비로자나불은 진리와 법신불을 상징하며, 주로 화엄종 계통 사찰에서 중심 법당으로 세워집니다. 지권인 이라는 손 모양으로 비로자나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부처님의 손모양인 '수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포인트: ‘적광’은 고요하고 빛나는 지혜의 세계를 뜻하며 비로자나불의 과거 원력과 수행으로 깨달음의 세계를 말합니다.
4️⃣ 극락전 (極樂殿)
- 의미: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이룬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입니다. 서방정토는 여기에서 서쪽으로 십만 억의 불국토를 지나서 있는 세계로, 괴로움이 없고 즐거움만 있다하여 극락이라 합니다.
- 특징: 아미타불은 서방 극락정토의 주불로, 죽은 이들이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며 예불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아무리 악한 중생이라 하여도 아미타불을 간절히 부르면 극락으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 포인트: 사찰에서 극락전은 주로 영가천도나 추모 법회가 열리는 곳이 많습니다.
5️⃣ 약사전 (藥師殿)
- 의미: 현세를 살아가는 모든 중생이 재난과 질병을 없애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하고자 자비를 베푸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법당입니다.
- 특징: 약사불은 병을 고치고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 부처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포인트: 건강과 치유를 기원하는 불자들이 많이 찾는 공간입니다.
6️⃣ 미륵전 (彌勒殿)
- 의미: 미래에 내려올 부처님인 미륵불을 모신 법당입니다.
- 특징: 불교에서 미륵은 장차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내려올 구세주적 존재로 여겨집니다. '미륵'은 인도어 '마이트레야'로써 사랑, 우정의 뜻입니다.
- 포인트: 미륵전은 보통 장대한 불상이 모셔져 있어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7️⃣ 천불전 (千佛殿)
- 의미: 이름 그대로 수많은 부처님을 모신 법당입니다.
- 특징: 벽면과 내부에 작은 불상들이 빼곡히 배치되어 있으며, 천불이 상징하는 건 곧 무수한 깨달음과 자비입니다.
- 포인트: 장관을 이루는 천불전은 신도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입니다.
법당은 부처님의 세계를 담은 공간
사찰을 방문하면 그저 불상 앞에 절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알고 보면 법당 이름 하나하나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적멸보궁: 부처님 사리를 모신 성스러운 공간
-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님 중심의 법당
-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을 모신 진리의 전각
- 극락전: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정토의 공간
- 약사전: 치유와 소원을 기원하는 약사여래의 법당
- 미륵전: 미래의 부처님 미륵불을 모신 법당
- 천불전: 수많은 부처님이 함께한 웅장한 전각
이처럼 법당은 단순히 불상을 모셔둔 공간이 아니라, 각각의 철학과 신앙적 의미를 담은 상징적 장소입니다.
법당의 이름과 의미를 알고 난 후 마주하는 법당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겁니다.